영미는 햇살 바른 툇마루에 앉아 손톱을 깎았다, 초승달을 닮은 손톱이 무척 예뻐,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손톱아 손톱아, 초승달이 되어라." 영미는 손톱을 하늘로 뿌렸다. "야, 손톱 아무 데나 버리지 마!" 새총을 만들던 경호가 보소 바락 소리 쳤어요. 영미는 오빠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다. 그떄, 마당에서 놀고 있던 암탉 달구가 손톱을 콕콕 쪼아 댔어요. 경호가 깜짝 놀라 달구를 쫓았지만 달구는 이미 손톱을 삼켜 버렸다. "너, 이제 큰일 났다. 달구가 손톱을 삼켰잖아!" "그게 뭐 어때서?" "닭이 손톱을 먹으면 목에 걸려서 죽는다고!" "아니야, 알구는 안 죽어!"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걱정이 되는지 영미가 달구를 힐끔 쳐다보았다. "두고 보라고!" 경호가 으름장을 놓더니 새총을 들고 휙 가 버렸다. 되똥되똥 걷던 달구가 마당에 앉아 자꾸만 고개를 떨어뜨렸다. 달구 눈이 어쩐지 하얗게 보였다. 영미는 점점 걱정이 되었다. 영미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혜숙이가 놀러 왔다. "무슨 일 있어?" 혜숙이가 묻자, 영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혜숙이는잠깐 생각을 하더니 영미 한테 들기름을 가져오라고 했다. "걱정마! 달구가 똥을 싸면 손톱이 나올 꺼야." 언제 일어났는지 달구가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돌아다녔다. "달구야, 미끌미끌 기름 먹고 얼른 똥 싸라." 영미와 혜숙이는 달구를 잡으려고 열심히 쫓아다녔다. 놀란 달구는 요리조리 잘도 도망쳤다. 달구가 마당 한구석으로 도망치자 영미가 달려들었다."잠았다!" 영미가 달구를 붙잡고 혜숙이는 들기름을 먹였다. "달구야 달구야, 많이 많이 먹고 얼른 똥 싸라." 영미와 혜숙이는 달구가 똥누기를 기다렸다. 따거미가 내리고, 혜숙이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영미는 달구 곁을 따나지 않았다. 그때, 경호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렇게 지켜봤자 소용없어. 손톱을 먹은 닭이 죽으면 여우 귀신이 된다니까." "달구는 절대 안 죽어. 이제 똥만 싸면 돼." 영미가 소리를 꽥 질렀다. "체, 어디 두고 봐. 오빠 말을 우습게 알다간 큰코다칠 거야!" 경호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쿵 닫아 버렸다. 깜깜한 밤이 되었다. 영미는 달구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았다. "아우우~아우우우~." 밖에서 이상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영미는 머리끝이 쭈뼛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영미는 문 쪽으로 조심히 다가가, 문구멍으로 바깥을 보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 긴 꼬리를 늘어뜨린 여우 귀신이 문을 보고 있었다. 영미는 놀라 벌렁 자빠졌다. "아우우~아우우우~." 여우 귀신은 마루 의로 올랐다. 뜨르륵 뜨르륵! 여우 귀신이 방문으로 창살을 할퀴었다. "누,누......누구세요?" 영미는 달달 떨며 힘껏 문고리를 당겼다. "난 손톱을 먹고 여우 귀신이 된 달구아. 문을 열어아!" "자,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여우 귀신이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아무 데나 손톱 버리지 말라 했지?" "으아악!" 영미는 비명을 지르며 이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우우우~." 여우 귀신은 한 번 더 긴 우름을 토하더니, 이불을 들추었다. "엄마야!" "이게 무슨 소리야?" 엄마가 영미 방으로 황급히 달려왔다. 여우 귀신은 뒤꼍으로 난 쪽문을 열고 달아났다. 엄마는 땀에 젖은 영미를 흔들었다. "영미야,왜 그러니?" '엄마,귀신......여우 귀신이......,"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 꿈을 꿨다 보구나." 엄마는 영미를 꼭 안아 주었다. 뒤따라 온 아빠가 열려 있는 쪾문을 보았다. "추운데 문은 왜 열어 놓았니?" 아빠가 쪽문을 닫으며 말했다. 이튿날 아침, 영미는 일어나서 닭장으로 달려갔다. 영미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달구는 명아리들과 함께 모이를 먹고 있었다. "와,달구야, 살았구나!" 영미는 너무 기뻐했다.영미는 오빠 방으로 갔다. "오빠 달구가 살았어, 살았다고!" 영미가 문을 벌컥 열자, 경호는 놀라 이불을 끌어당겼다. 여우 밖으로 여우 꼬리처럼 생긴 털뭉치가 삐죽 나왔다. 하지만 영미는 오빠의 장난을 눈치채지 못하고마당을 뛰어다녔다. 나는 영미 방에 여우 귀신이 나타나서 왠지 무서운 생각이들기도 했고, 달구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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